책 '언어의 온도'

 

▲ ⓒ네이버 책

 언어의 기능에는 언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적 기능과 말을 통해 듣는 이가 어떤 행동을 하도록 요구하는 명령적 기능, 말을 통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친교적 기능 마지막으로 언어를 통해서 감정이나 태도를 표현하는 정서적 기능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언어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유용한 소통의 창구가 되어준다.

 

 하지만 언어로 표현되는 것들에는 이러한 기능적 측면으로만 바라 볼 수 없는 더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마음 속 깊이 깃들여져 있는 사랑을 표현 할 때도, 나의 친구와 나의 가족이 더없는 슬픔에 잠겼을 때 위로를 건네줄 때 도. 언어에는 그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 이기주의 책 언어의 온도는 이러한 점에 주목하였다. 책은 말과 글, 행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져 각 부분에 저자의 일상 속에서 경험한 여러 일화들과 그 속에 담긴 언어들의 의미와 어원 또 유래들을 담고 있다. 또한 이기주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 ⓒ채널 예스 이기주 작가

말言, 마음에 새기는 것

 저자가 말을 마음에 새기는 것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입에서 나와 그저 흘러버리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고 우리의 마음 한 자리를 그 말이 차지해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한 말이 상대의 마음속에 맴돌게 된다면 차가운 말보다 좀 더 따뜻한 말을 해주기를 권한다.

 

 이 장에서의 내 마음에도 한 줄 새기게 된 한 일화를 소개해주고자 한다. 저자가 지하철에서 들어 온 이야기이다. 한 할머니와 손자가 있었다. 그 꼬마인 손자는 아파보였다. 할머니는 아직 열이 있다며 저녁 먹고 약을 먹자고 손자에게 당부하였다. 할머니의 말에 손자는 할머니는 내가 아픈 걸 어떻게 그리 잘 아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어린 손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하였다.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를. 상처를 많이 받아 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그는 얼마나 끔찍하게 아픈지 알기에 이러한 상처는 차디 찬 말로도 충분히 줄 수 있다. 나로 인해 다른 이의 마음이 차가워지지 않게 조심하여야 겠다.

 

글文, 지지 않는 꽃

 글이란 것은 나에게 어려움의 존재이고, 쌓여만 가는 과제 같은 존재였다. 글을 쓰기도 무척이나 어려웠고, 읽어야 할 것들은 세상에 너무나도 많았다. 기자 생활을 하고 많은 글을 써낸 이기주 작가에게 조차도 글은 태산 같은 존재 인가 보다. ‘글 앞에서 쩔쩔맬 때면 나는’이라는 글을 읽으며 그의 글에 대한 생각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저자는 글 앞에서 쩔쩔맬 때면 음악을 듣거나 밖으로 나가 걷는 편이라고 한다. 그렇게 그 날도 라디오를 듣는데 이상은의 ‘언젠가는’이 흘러 나왔다. 그는 가사를 곱씹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그는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하는 대목에서 생각했다고 한다. ‘우린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일도 그렇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발 뒤로 물러나, 조금은 다른 각도로. 소중한 것일수록’ 소중한 것일수록 한발 뒤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글에서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가까워지고 싶어 다가갈수록 오히려 볼 수 있는 부분은 더 작아진다. 오래 보고 싶고, 소중한 것일수록 한 발의 여백을 두어야 한다.

 

행行, 살아 있다는 증거

 ‘행’ 부분은 조금 더 작가의 세상에 대한 따뜻한 관찰이 많이 녹아 있는 부분이다. 그가 본 따뜻한 광경들을 글로서 녹아내었다. 그 중 하나를 골라 보았다.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 그가 버스를 타고 신촌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한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할아버지는 다리를 저는 할머니를 위해 두 걸음 정도 뒤에 걸으며 미묘한 타이밍을 맞춰 걸었다. ‘상대보다 앞서 걸으며 손목을 끌어당기는 사랑도 가치가 있지만, 한 발 한 발 보조를 맞춰가며 뒤에서 따라가는 사랑이야말로 애틋하기 그지없다고. 아름답다고.’, ‘그래 어떤 사랑은 한 발짝 뒤에서 상대를 염려한다.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 일생을 함께 한 노부부의 사랑 가득한 광경은 언제나 마음 한 켠이 따뜻해져 오는 것 같다. 할머니를 염려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네이버 지식백과 '언어의 기능'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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