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다 - 그리움은 잠들지 않는다
사랑은 너를
영원히 믿을 수 있는
종교로 만들었고
이별은 너를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신으로 만들었다
아름다운 너를 잊을 수 있을까 / 김병훈
사랑이 어떻게 오는지 나는 잊었다
어느날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
비스듬히 쳐다볼 때 까지
어느새 / 최영미
아, 그대에게 내가
잊혀진 존재일지라도
내게 그대는
남겨진 존재인가 봅니다
영영 남겨진 존재인가 봅니다
남겨진 존재 / 박성철
빛은 조금이었어.
아주 조금이었지.
...
그래도 그게 빛이었거든.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임영태
자꾸만 서리는 입김에
창을 열었더니
네가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창 / 육춘기
봄을 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여름이 오면 잊을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니 생각이 나는 걸 보면
너는 여름이었나
이러다가 네가 가을도 닮아있을까 겁나
하얀 겨울에도 네가 있을까 두려워
다시 봄이 오면
너는 또 봄일까
너는 또 봄일까 / 백희다
너도 보이지
오리나무 잎사귀에 흩어져 앉아
바람에 몸 흔들며 춤추는 달이
너도 들리지
시냇물에 반짝반짝 은부스러기
흘러가며 조잘거리는 달의 노래가
그래도 그래도
너는 모른다
둥그런 저 달을 온통 네 품에
안겨주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은
달 / 이원수
밤하늘에 긴 금이 갔다
너 때문이다
밤새도록 꿈꾸는
너 때문이다
별똥별 / 강은교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못했다
쳐다보면 숨이 막히는
어쩌지 못하는 순간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보내버리고
그렇게 오래
오래
그리워했다
순간 / 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