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밀양 공연예술축제

ⓒ 성다희

 

2016년 여름 연극을 보러 밀양으로 떠났다. 경산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곳에는 한국연극계를 이끌어 나가는 극단 중 하나인 연희단거리패가 만든 연극촌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배우 오달수 또한 이 연희단거리패 출신이다. 2016년을 16회째 맞이 하는 밀양공연예술축제는 2주간에 걸쳐 공연이 진행되었다. 하루 7편의 공연이 각 소극장과 대극장, 야외극장에서 공연되었고 셰익스피어주간, 지역 문화주간, 명작클래식주간, 창작극 주간, 가족극주간, 젊은 연출가 전, 대학극전 이렇게 7개의 테마로 진행되었다.

 

ⓒ 성다희

 

 홀로 경산을 떠나 밀양에 도착했을 때는 쨍쨍한 날씨에 얼음을 사서 깨 먹으며 공연을 기다렸다. 모차르트의 생애를 다룬 아마데우스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의 공연을 볼 생각에 들떠 이리저리 둘러보며 배우들이 땀을 흘리며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 성다희

 

연극촌 옆에는 연꽃단지가 있었다. 더운 날씨에 오리들은 줄을 지으며 헤엄치고, 손보다 큰 연꽃잎과 그에 앉아 있는 개구리들을 보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평온함을 느꼈다.

 

ⓒ 성다희

 

 또한, 그날 연희단거리패의 예술감독이신 이윤택 작가님의 시집 발표회가 열려 구경을 했다. 온라인으로만 봤던 서울예술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계신 박일규 연출가님, 명계남 배우님, 연희단거리패의 대표 김소희 배우님이 가까이 있어서 믿기지 않았다. 연극계의 거장이신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하기 30분 전 하늘이 흐릿해지더니,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야외공연장이었기에 관객 모두 비옷을 입고 입장 했지만, 많이 쏟아지는 비에 결국 공연은 중단되었다. 열정적으로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을 봤던 나는 안타까웠다.

 

ⓒ 성다희

 

셔틀버스는 사람들로 가득 차고 옷은 다 젖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10시 공연인 맥베스는 비가와도 한다는 방송에 희망이 생겼다. 연희단거리패의 김소희 배우의 맥베스 부인을 놓칠 수 없었다. 연극촌 중앙에 있는 성벽극장에서 천둥이 치우고 비가 내려도 끝까지 연기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들 사이에서 끈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대연출과 음향, 조명, 날씨까지 온전히 맥베스에 빠지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그날 배우들의 연기는 감히 평가할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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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공연이 마치고 셔틀을 놓칠까 봐 배우들과의 사진촬영도 뒤로하고 뛰어나갔다. 버스는 밀양에 몇 없는 찜질방에 내려 주었고 찜질방에서 만난 인연들은 정말 소중했다.

 

 여자 혼자 찜질방에 자는 것이 위험할 것 같아 혼자 오신 여성분과 함께 자기로 했다. 그분은 경기대학교 연기과를 다니고 있었다. 또 우리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성분과도 같이 자게 되었다. 그분은 연희단거리패 7기 때 배우였고, 현재 태국에서 공연하고 계신다고 하였다. 우린 맥베스에 대해 새벽 내내 이야기를 했다. 아침을 사주신다는 배우님의 권유에 따라가고 싶었지만 아르바이트가 있어서 정중히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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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지루하고 어려운 연극을 왜 좋아하는지 묻는다. 연극은 배우와 스태프가 만드는 일방향적인 예술이 아닌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 배우와 관객의 호흡을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예술이기에 연극이 좋다. 이번 밀양 연극 여행에서 옷이 다 젖고 찝찝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정을 묵묵히 응원하며 극을 감상한 관객들과 답례를 하듯 손짓, 발음 하나 정신을 담아 연기한 배우들의 모습은 앞으로도 만나지 못할 만큼 소중하게 다가왔다.

 

ⓒ 성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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