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2016헌나1

 

 3시가 되었다. 결과야 어찌 되든 간에 큰 화면으로 역사를 느끼기 위해 거실의 TV를 켰다. 앵커와 패널이 국회에 누가 왔는지 안 왔는지를 따져가며 결과와 추이에 대해 몇 마디 던졌다. 국회는 개회했고, 표결 전 국민의당의 김관영 의원이 나와서 20분 동안 탄핵안 제안 설명을 했다. 그리고 정세균 국회의장이 투표의 시작을 알렸다. 손과 발이 땀범벅이 되었고 혹시 부결되면 어떡하나 라는 불안감이 손발을 더 축축하게 만들었다. 4시 13분 정세균 의장은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음을 선포했다. 마치 민주주의의 다시 시작을 알리는 선언 같았다.

 

▲ 출처:대구일보

많은 언론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10월 24일 JTBC의 결정적인 불꽃 하나가 국민을 광장의 촛불로 이끌었다. 과거 국민이 군사정권을 끌어내린 6월 항쟁을 넘어서, 우리는 이 어두운 사태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찾았다. 그간 국민을 개돼지 취급했을지도 모를, 높디높은 권력 위에 서 있던 무리를 국민의 이름으로 끌어내렸다. 그 대단하고 어쩌면 길고 복잡할지도 모르는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진 것이다.

▲ 출처:오마이 뉴스

 탄핵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 어떤 사람은 눈물을 흘렸으며, 기쁨에 아우성을 쳤을 것이다. 또 혹자는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현실은 역사 속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것이고, 역사를 넘어서 가슴속의 응어리를 푸는 무언가 또는 희망의 빛 한줄기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최종 결정이 남았다는 것은 탄핵 기사를 하나라도 읽은 사람은 알 것이다. 오늘 탄핵표결의 결과는 국회 의장의 서명을 거쳐 국회의 법제 사법 위원회로 또 법제 사법 위원회에서 헌재로 넘어가 탄핵소추 의결서가 접수되었다. 즉 이제 탄핵의 최종 심판의 카운트가 시작된 것이다. 최대 180일이라는 시간 동안 탄핵의 여부를 헌재에서 논의하고 결과를 내놓을 때까지, 우리는 차분히 생계의 자리에서 촛불을 켜놓고 기다릴 뿐이다.

 

 최순실이 권력의 정점에 서서 호가호위하는 삶을 살고, 또 권력을 쥐여준 박근혜 대통령과 폐단을 비호한 부역자 무리는 단호히 법 앞에 서서 단죄받아야 한다. 건국 이래로 많은 부정이 있었고 비리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단죄에 아쉬움을 남겨왔다. 과거의 부정을 이별하고 청산하는 방법은 한가지다. 썩고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는 것이다. 검찰 조사의 지지부진한 부분을 특검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넘어서 후대에 물려줄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국가를 원한다. 부패한 과거와의 이별,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결정을 헌재와 사법부가 내리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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