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의견

 담화, 국어사전 속에서의 담화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음.", "한 단체나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떤 문제에 대한 견해나 태도를 밝히는 말."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담화 상황이란 무엇일까? 하버마스의 이상적 담화 상황(ISS)에 대해 살펴보면 이상적 담화 상황이란 대화나 토론에서 토론 참가자 간에 왜곡되지 아니한 평등한 발언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 즉, 지배가 없는 무제한적인 토론이 가능한 상황을 일컫는다.

 대통령의 연설문 개입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회의 비밀안건에 박근혜의 측근인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2016년 11월 4일 오전 10시 30분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관한 대국민 담화를 열었다. 과연 이 담화는 이상적 담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지 못하는지 담화 상황의 가장 기본적인 '공평성'부터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 연합뉴스TV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본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울먹이며 국민들에게 감정을 호소하는 듯한 말투로 담화를 이어 나갔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참석한 기자들과 질의응답의 시간을 갖지 않았다. 이로써 평등한 발언권을 제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궁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일방적인 감성팔이로 오히려 국민들의 화를 극에 달아오르게 했다.

 문득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연 목적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을뿐더러 우리들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담화를 통해 표출하고 있는 감정들이 과연 지금 이 시국에 적합한 감정과 행동일까?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일부 인정을 하였으며 진상, 책임을 규명하는데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온 국민 앞에 서 눈시울을 붉히며 했던 그 말들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지금까지도 그녀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본인이 내뱉은 말 한 마디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국민들은 그녀의 호소에 신뢰성을 가지는 사람이 몇 있을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 담화에서 역시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노골적으로 이상적인 담화 상황 연출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비리 의혹은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대국민 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며 호소하였다.

 이렇게 청렴, 결백하는 대통령님이시라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다. 대통령의 마음속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없다면, 국민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자신이 누명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면 공정한 심판대 앞에 서서 떳떳하게 죄의 판가름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범죄자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정상이지 오로지 묵인으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대통령님의 크디큰 오산이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라고 발언한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단축과 진퇴에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국회에 모두 넘겨버렸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대통령직을 물러나지 않았다.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대한 법안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당에서는 탄핵에 대해 우호적으로 생각했던 이전과 달리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며 의견을 번복하였고 그로 인해 탄핵소추의 실행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과연 대통령이 살아남을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위해 먼 산을 이리 돌아서 가려고 하는지,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그녀에게 남는 긍정적 이윤은 무엇인지 참 궁금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끝난 뒤에 그녀를 붙잡는 기자의 질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경위를 밝히겠다. 질문도 그 때 하시면 좋겠다."라고 하며 공개적으로 담화를 거부했다.

▲ Ⓒ 한겨레

 지금까지 우리는 정부에게 큰 것을 바라지 않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하겠다던 정부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그런 신뢰는 모두 허물어져 버렸고, 우리들에게 남는 것은 대통령, 정부에 대한 반감과 분노였다.

아직도 그녀를 옹호하는 세력이 존재하다고는 과연 그 세력의 힘이 언제까지 유지가 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매주 토요일 6시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촛불시위를 하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대통령이 파악했더라면 적어도 자신이 피해자인 마냥 대국민 담화를 진행하고 종이 한 장에 또박또박 쓰여 있는 연설문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진실을 향해 밝혀져 있는 촛불들은 그저 공정함의 상징이며 빛나고 있을 뿐이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잘못된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우선이 되는 국가, 권력보다 진실이 앞장서는 나라가 되길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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