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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아래에서 언론이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러한 언론의 다양한 기능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6가지 기능이 있다. 언론의 정보제공, 여론형성, 의제설정, 환경감시, 오락제공 기능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언론의 정보제공 기능은 또한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준다는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6대 기능의 연장선상에서 언론의 자유가 제시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대중의 알 권리는 민주사회의 중심적인 원칙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알 권리가 국민의 권리로 존중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국익을 저해하거나, 안보를 위협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언론은 국익을 위해 진실을 은폐해야할까 아니면 보편적인 사회의 이익과 개인의 기본권인 알권리를 위하여 언제나 진실만을 보도해야할까 국내외의 사례들을 보며 정리해보려고 한다.

 

1. 레인보우 워리어 호 폭파 사건

 

1985년 7월에 일어난 '레인보우 워리어 호(Rainbow Warrior) 폭파사건' 은 다국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Green Peace)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가 된 사건이다.

 

▲ 레인보우 워리어호 ⓒ구글

 

밤 11시 45분,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항구에서 금속성의 푸른 불꽃이 튀더니 두 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4분 뒤, 선체 길이 40m의 트롤 어선이 침몰했다. 선원 가운데 10명은 안전하게 대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포르투갈 출신의 사진작가 페르난도 페레이라는 장비를 가지러 선실로 돌아갔다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익사하였다.

 

‘레인보우 워리어‘라는 이름의 이 배는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peace) 소속으로, 폴리네시아 뮈뤼로아 환초에서 실시 예정이었던 프랑스의 핵탄두 실험에 항의 시위 중이었다. 그린피스는 프랑스와 동맹 관계이긴 했지만 비핵국인 뉴질랜드를 출항하여 뮈뤼로아로 가서 실험을 방해할 예정이었다. 폭발 며칠 전, 두 명의 프랑스 비밀 요원이 레인보우 워리어를 찾아가 선체에 흡착 폭탄을 설치하였다. 이들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생각이었다.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한 이들은 레인보우 워리어 호가 정탐 설비를 갖추고 있었으며, 페레이라는 KGB 소속 스파이였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은 징역 10년 형을 선고 받았지만, 몇 년 후 프랑스로 송환되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 침몰 이후, 수많은 민간 선박이 뉴질랜드를 떠나 뮈뤼로아로 향했으며, 프랑스는 이후 10년간 핵실험을 포기하게 된다. 뉴질랜드의 비핵 정책은 강한 지지를 받았으며, 국제적으로 그린피스의 인기와 명성이 치솟았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인 프랑수아 미테랑이 핵실험을 승인했음이 훗날 밝혀졌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레인보우 워리어 호 침몰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 역사 1001 Days, 2009. 8. 20., 마로니에북스), [네이버 지식백과] 레인보우 워리어호 폭파사건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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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워리어 호 폭파사건이 일어나자 뒤이어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1면에 DGSE(프랑스 정보기관인 대외안전총국)의 소행이 확실하다는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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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Le Monde, ‘세계’)는 프랑스 파리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일간 신문이며, 진보적인 언론으로 알려져 있다.

 

르몽드는 레인보우 워리어 호 사건 보도에서 사건의 배후에 놓여 있는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또한, 결과만 놓고 본다면 르몽드는 반민족적이고 반국가적인 보도를 했다. 르몽드는 자국의 국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고 미테랑 정부가 세계로부터 지탄을 받게끔 만들었다. 르몽드는 국익이 아닌 진실의 편에 섰던 것이다. 르몽드는 이 사건 보도 과정을 통해 '정론직필을 지향하는 언론의 진실 보도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또한 르몽드 지 이외에도 다른 프랑스 언론사들의 끈질긴 추적으로 프랑스정부의 고위 군 장성과 국방장관까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라코스트 대외안전총국장과 에르뉘 국방상이 해임되기에 이르자 프랑스정부의 국제적 위신은 크게 손상을 보게 되었고 국가이익에도 치명타를 받게 됐다.

 

이렇듯 프랑스 언론사에서는 국익보다는 진실을 앞세워 보도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익을 이렇게까지 해치면서 진실을 보도할 것은 없었다는 비판을 들으며 문제가 제기됐다.

 

2. 황우석 박사 배아 줄기세포 조작 사건

 

1986년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로 임용된 황우석 교수는 1999년 2월 국내 최초로 체세포 복제 젖소 ‘영롱이’를 만든다. 이어 3월에는 복제 한우 ‘진이’까지 탄생시켰다. 일약 동물복제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2004년 2월 사람의 체세포를 난자에 이식해 만든 복제 배아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 또 한 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국내외 과학계는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을 주시하며, 놀라도 크게 놀랐다. 그 중심에 서 있는 황우석 교수는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우리나라 의생명과학계에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을 가져다줬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 성과와 인기 상승세는 계속됐다. 2005년 5월 척수 마비와 파킨슨병,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환자맞춤형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며 세계적 과학 잡지인 ‘사이언스’지에 발표해 세계를 흥분시켰다. 또한 이를 토대로 서울대학교병원에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설치, 개소식을 가졌다. 하루 평균 100명, 며칠사이에 2만 200여 명의 환자들이 임상대상의 일종으로 인간 마루타가 될 수 있음에도 먼저 치료받기를 원했다. 이들에게 황우석 교수는 최후의 희망이었다. 이런 가운데 황우석 교수는 그해 10월 세계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켜 생명공학계 일인자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온 나라가 들떠 마치 축제 분위기였다. 연일 신문과 방송은 1면과 톱뉴스로 황우석 교수의 업적 홍보에 나서는 등 언론은 여기에 자발적으로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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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6월, 시사프로인 MBC ‘PD수첩’팀에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조작됐다’는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PD수첩 팀은 너무도 믿기지 않는 제보여서 취재를 망설였다. 그러나 국민들의 알 권리와 진실규명을 위해 결국 취재하기로 했다. 스쿠프(특종)취재에 나섰다. 그 결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은 모든 것이 조작된 거짓으로 드러났고, 일순간 ‘국민적 영웅’, ‘세기의 신화’에서 ‘조작극의 주범’으로 추락했다. 검찰 수사결과,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고,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진실이 철저하게 조작됐다는 황우석 교수 사건의 전모가 전문기관에 의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네티즌과 국민은 이를 믿지 않았다. 수많은 네티즌들은 진실을 파헤치는 특정 언론사를 공격하며 황우석 지키기에 나섰다. 황우석 교수의 업적과 이로 인한 발전에 무한한 희망을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 과학계를 주도함으로 향후 얻어질 부가적인 이익과 국가의 명예를 왜 애써 훼손하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아서 현명한 보도를 해야 할 언론이 문제 삼는 것이 더 불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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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건에서 각종매체가 너무나 쉽게, 매우 자발적으로 국익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국익을 내세워 진실에 침묵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졌다. 국익에 의한 매체의 자발적인 자기검열 사태까지 간 것이다.

 

2005년 한 해 동안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국익과 진실이 가장 극명하게 대립한 황우석박사의 논문조작 사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황우석 교수 사건은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국익이라는 명분하에 대부분의 언론은 황우석 교수의 영웅과 신화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제3자 입장에서 누구보다 냉정하고 차분해야 할 국내 언론은 스스로 황우석 신화 만들기에 발 벗고 나섰고, 진실보도에 앞장서기는커녕 무분별한 국익 추종과 자기검열 부재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또한 한편으로는 진실 규명에 접근하려다 ‘일그러진 국가주의’와 ‘애국주의’라는 광기 앞에 광고와 방송프로그램 취소라는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또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황우석 박사의 연구가 조작임이 사실로 드러났을 때 언론이 연구논문 조작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기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더욱 낮아져 버린 배아줄기 세포의 실용성을 강조하는 데에 급급한 것은 문제였다. 배아줄기 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만을 근거로 우리 사회의 논쟁이 성급한 ‘국익론’으로 번져 버린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심지어 과학보도가 국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의학전문기자도 있었다. 안보라는 애매한 국익을 앞세워 진실을 왜곡했던 과거 정권의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과학계에서 논문 조작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행위인가에 대한 냉정한 보도만 해 주었더라도 정체 없는 국익론을 상당 부분 잠재울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언론은 국익을 위해 진실을 희생해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의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진실보도를 해야 하는지 매우 중요한 가치판단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 황우석 사건을 보도하면서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은 자기검열의 부재 현상을 초래하고 이를 알고도 모르는 척하며 이를 당연시했다. 언론이 국익과 공익을 앞세운 자사 이기주의적 행위는 언론의 도덕적 해이와 언론사의 모든 행위는 국익과 공익만을 위한 것이라는 자의적 판단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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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언론의 무분별한 국익 추종은 국민의 알 권리를 비롯하여 올바른 여론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가 국익을 저해하거나, 안보를 위협하거나, 개인의 사생활과 명예를 침해한다면 윤리적 차원에서 제재와 제한이 병행되어야한다. 하물며 북한이라는 엄연한 적을 가진 대한민국의 현실상황 하에서 언론의 무분별한 폭로적인 보도는 국익의 침해와 안보의 위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언론은 순기능적 역할과 더불어 국익안보적 차원의 추가 기능을 반드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언론의 국익보호는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무엇이 국가이익이며 무엇을 보도해야 할 것인가는 언론이 자주적,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언론에 자유를 보장하여야 하고 언론은 그 자유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고 언론인으로서의 윤리의식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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