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출입기자로 활동 중인 대외활동 기자 데이비스 생거(David Sanger)는 지난 2004년 늦가을에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사를 썼다.

이곳 현지 시각으로 토요일 아침, 부시 대통령은 중국, 일본, 한국의 수뇌부와 각각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6자 회담에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이들 국가가 적극 협조 해줄 것을 요청했다. 회담 직후, 부시 대통령은 지난 1987년 레이건 대통령이 베를린 장벽을 허물 것을 직접 요구한 것처럼, 북한의 김정일 당 총서기를 겨냥 다음과 같은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의 의지는 단호하며, 우리의 노력은 단일화되어 있으며, 김정일을 향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즉각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라”(NYT , 11/21/04)

 

전 미국 대통령 부시 출처 : 오마이뉴스

 

미국 대통령 조시 부시가 북한에 의해 불거진 핵무기 이슈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다룬 이 기사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다뤘고 외견상 미국을 대상으로 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여타 다른 국제사회는 이 기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대다수의 국제사회가 미국의 영향아래 있다. 그렇기에 이 기사는 국제사회의 여론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는 북한의 목소리가 미국언론에 의해 중재될 수 밖에 없을 뿐 아니라, 이들 국가의 언론에 대한 국제적인 불신이 있다는 데서 비롯한다. 이러한 딜레마는 지난 1970년 대 말, 제3세계(동성 냉전 블록의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은 개발도상국들의 통칭) 국가들이 제기했던 신국제정보질서의 쟁점들이 지속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신국제정보질서(New International Information Order) 운동

 

NIIO란 1970년대 선진국(1세계)과 개도국(제 3세계)간의 정보유통 불균형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개도국 국가들이 유네스코를 통해 제안한 운동이다. 당시 이들은 선진국들이 개도국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를 국제사회로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정보유통의 불균형에 따라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선진국에 종속된다고 주장하면서 ‘정보의 자유롭고 균형 잡힌 유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국제정보질서 운동의 모태가 된 것은 신국제경제질서 운동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에 경제 지원을 하면서 그들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진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흥독립국 시장 개척에 나섰다. 실상 경제 지원을 명목으로 한 경제적 착취와 정치적 간섭이 그 목표였다. 이에 개도국은 그들의 경제적 후진성과 정치적 불안정이 ‘내부적인 요소’ 보다도 선진국에 의한 경제적 착취와 정치적 간섭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서 비롯되었다고 믿고 있다.

 

▲ 유엔총회 출처 : <위키백과>

 

개도국 국가들은 국가 간 정보유통 불균형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 1970년 유엔총회에서 정식으로 ‘정보의 자유롭고 균형 잡힌 유통’을 국제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질서로 제기했다. 당시 유네스코는 이러한 운동에 대해 전 세계의 균형 발전과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으로 보았으나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신국제정보질서운동에 대해 경제 원리를 무시한 실현되기 힘든 운동이며 개도국들의 일방적인 요구라며 주장했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반발과 1980년대 초반 라틴아메리카를 덮친 외채위기 등으로 인해 1980년대 중반 이후 신국제정보질서 운동은 점점 소외당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실현 불가능했던 이 운동은 실상 개도국 국가들이 선진국 중심의 기존 국제질서를 변혁하고자 꾀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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