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종이, 성완종 리스트

   얼마 전 '호빗:뜻밖의 여정'이라는 영화가 흥행을 거두었다. 호빗이라는 종족의 남자가 뜻밖의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다 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여러 일어나게 된다. 최근 한국 정치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 하나 있다. 이 사건도 시작과는 다른 뜻밖의 여정을 떠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한 사건이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이 제기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였고, 자살할 당시 유서로 비리자금을 받은 정치인들과 그 금액이 적힌 종이, 그리고 신문사를 통한 인터뷰를 남겼다. 이것을 ‘성완종 리스트’라고 부른다. 지금은 이것을 바탕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 <출처=연합뉴스/조선일보>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리 자금을 받았다고 적혀있는 사람 중, 현재 흔히 부르는 말로 ‘친박 세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친박 세력’이란 현재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비리조사에 착수했었다. 그런데 현 정부와 상관이 없어 보이던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유서로 인하여 현 정부에 큰 타격이 가고 국민의 신뢰가 오히려 더 떨어지는 역효과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사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 정치권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정치계에서의 숨어있던, 그리고 이번 사건이 아니었으면 밝혀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비리, 부정부패가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밝혀지게 된 것이다.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생전인 지난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 중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해명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살 직전 인터뷰를 할 신문사로 경향 신문을 선택한다. 경향 신문이 현 정부의 눈치를 가장 적게 본다고 생각한 것일까? 왜 경향신문사를 선택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선택은 탁월한 선택이 된다. 처음에 경찰, 검찰 측에서는 ‘성완종 리스트’를 바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 정부와 연관되는 것이니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만약 신문사와의 인터뷰가 없었더라면 리스트는 영원히 공개되지 않았을까? 신문사와의 인터뷰가 밝혀지고 난 뒤, 리스트는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 후 정치권에 있는 관련 인물들은 각자 해명을 내놓기 시작한다. 여기서 경향 신문의 기지가 드러나는데, 관련 인물들이 해명할 때마다 그에 맞춰, 특정 인물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다. 인터뷰 내용과 특정 인물들의 해명 내용이 다를 시 정치권에 큰 영향을 일으킨다. 언론의 무서움이 절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만약 신문사와의 인터뷰가 없었다면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한 후, 곧 이 사건은 종결되었을까? 왜 경찰 측에서는 비리 수사의 핵심 자료가 될 수 있는 ‘성완종 리스트’를 빨리 공개하지 않았을까? 이 사건은 여러 의문을 던지고 있다. 공무원과 공기업, 언론사는 물론, 정치인들은 당연히 공익을 위해야 한다.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에 있어 이번 사건은 여러 문제점의 지적과 함께 많은 깨달음을 준다. 경찰과 검찰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를 성실히 진행하며, 정치인들이 양심을 가지고 비리와 부정부패를 앞장서서 밝혀나가야 옳은 것이 아닐까?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그에 맞는 결과를 받아들인 후, 바로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사들은 그 과정을 낱낱이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무엇보다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은 각종 매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뉴스를 접한다. 그로 인해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층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모두의 관심이 쏠렸을 때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아닐까? 이 사건의 쟁점은 대한민국 정치권의 부정부패, 비리이다. 부정부패, 비리를 척결하고 바로 잡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가 바람직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어떤 학교 급훈에는 이런 말이 쓰여있다. '엄마가 보고 있다.' 학생들은 이 글을 볼 때마다 등골이 오싹할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학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의 사람들은 이 말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이 보고 있다!'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