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뉴스전쟁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있는가?

언론은 국적이 있다

지구 상에는 무수히 많은 국가가 존재한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한 국가의 ‘국적’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국가들은 각자 다른 생활방식과 문화, 언어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아를 형성해 나간다. 그런데 진실성과 공정성으로 대변되는 언론에도 각자의 국적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팔은 안으로 굽는다.”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 정이 쏠림은 일반적인 것이라는 속담이다. 언론과는 어울리지 않는 속담 같지만, 언론도 때로는 팔이 안으로 굽기도 한다.

가령 이라크 전쟁에 대해 미국 언론과 아랍 언론의 보도 관점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마다 다른 관점의 차이가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의 역할에 어긋나는 것일까?

 

공공외교와 저널리즘

 2008년 가을 한국은 제2의 외환위기에 봉착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과 채권, 원화에 대한 매매 강도가 높아지면서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고 외환시장의 단기 유동성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하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외신의 부정적 보도를 비판하는 자세를 견지했으나 큰 성과는 없었고, 결국 윤중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런던에서 ‘한국경제의 진실’을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하고,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를 비롯해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 통신사인 로이터 등 주요 언론기관을 직접 방문해 협조를 구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실은 1997년 외환위기(IMF) 때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였음에도 국제사회의 공감과 동의를 얻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국제사회의 여론과 공감을 얻으려 노력하는 것일까?

▲ ⓒTIME ;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줄리언 어산지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망이 세계 곳곳에 뻗어있는 이 시점에서 주류 언론을 통해서만 세상과 소통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만의 소통체계를 통해 직접 행동에 옮기기도 한다.

줄리언 어산지가 설립한 위키리크스(Wikileaks)는 폭로 전문 사이트다운 면모를 보여주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공공연한 검증이 가능한 현대 사회에서 진실을 은폐하거나 속이려 한다면 그에 따른 역풍도 감당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한 뉴스전쟁은 이러한 이유에서 등장했다.

24시간 영어채널과 저널리즘 외교의 현장

뉴스전쟁에 뛰어든 나라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바로 24시간 운영되는 영어채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국의 CNN, 영국의 BBC부터 중동권,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많은 나라에서 국제 언론의 뉴스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발 빠르게 글로벌 미디어를 준비하고 있다.

 

정보가 곧 국력인 현재, 여전히 많은 나라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글로벌 미디어 센터를 운영하는 지금, 우리나라는 뉴스전쟁에 참전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궁금해지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치열한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국제뉴스에 대한 중요성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97년 외환위기 때의 뼈아픈 교훈을 통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영어뉴스 채널 설립을 필두로 글로벌 미디어 센터를 통한 뉴스전쟁에 더 늦지 않게 참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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