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줄리언 어산지, 그가 Good Guy 인가 Bad Guy인가 하는 논쟁 중 과연 그가 옳을 일을 하는가 의문이 들었고 그에 관한 책 몇 권을 찾아봤다. 책은 의문점을 해소시키기 충분했고, 그 중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함께 나누고자 글을 쓴다.

 

줄리언 어산지 그는 누구인가?

▲ 줄리언 어산지

줄리언 어산지는 내부 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설립자이다. 위키리크스는 정부와 기업, 단체의 불법·비리 등을 밝히기 위해 2006년에 설립된 고발 전문 웹사이트다. 그는 위키리크스의 존재 이유가 정부의 비밀을 공개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국민들 스스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려고 설립했다 밝혔다. ▲ 두산 백과 

 

그의 행보 중 미 국무부 외교전문 25만 1,000건을 세상에 공개하고, 2007년 공개된 아파치 헬기의 <로이터 통신> 기자와 국민들의 오폭 동영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기밀문서를 폭로한다는 것은 이에 얽힌 많은 이해관계자가 위험에 빠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줄리언 어산지는 이렇게 위험한 일을 왜 하는 것일까? 

 

시작하기에 앞서 이야기는 줄리언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의 줄리언 어산지는 책 읽는 재미에 빠져 공공도서관에 틀어박혀 살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집 근처 최신 상가에서 최초의 ‘홈 컴퓨터’ 코모도어를 만나게 된다.

코모도어 64 ▲ 엔하위키 미러

줄리언은 곧 컴퓨터에 열광했고, 많은 시간을 전자상가에서 보내게 된다. 줄리언의 엄마 크리스틴도 이내 아이의 관심을 알아차리고 말을 팔아 거금 350달러를 들여 컴퓨터를 사주게 된다.

 

하지만 또래 아이들의 관심인 게임과 달리 줄리안의 흥미는 오로지 프로그램 속 숨겨놓은 코드 속 비밀메세지를 찾는 데 있었다. 이때 어산지는 통신기업 노텔(Nottel)을 해킹하면서 유명세를 얻기도 한다. 그는 해커 초짜들이 초기에 많이 하던 신용카드 사기수법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된다.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키워왔던 어산지는 이 일들을 알리고 싶어했다. 초기 자료를 배포하면 기자들 대다수는 무시해버리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를 보고 어산지는 기자들은 다 멍청이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항상 좌절하곤 했다. 그들은 문제에 대해 얘기하기보다 기껏해야 내 머리가 하얘진 이유나 내 여자친구들에 대해 쓰고 싶어했다. 나는 언론을 중요한 것으로 돌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른바 ‘훌륭하다’라는 신문도 한두 개의 머리기사만 흥미롭게 작성했을 뿐, 곧 내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알리는 데만 집중했다. (이하생략) 그래서 나는 전직해커로써, 세상에 직접 뛰어들어 위키리크스를 만들게 되었다.” 줄리언 어산지. 『나는 줄리언 어산지다』. 박영록 옮김. 문학동네 2012. P.147

 

은폐, 비밀주의 거짓말로 얼룩진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정의를 떠받치는 기본적인 권리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정의로운 사회의 토대가 되는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말할 권리를 이끌어내는 알 권리다. 줄리언 어산지. 『나는 줄리언 어산지다』. 박영록 옮김. 문학동네 2012. P.152

▲Wikileaks.org

위키리크스의 정보제공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위키리크스는 익명의 정보원이 정보를 발송버튼을 누르게 되면 이때 토르 기술이 사용된다. 발송경로의 흔적은 가상공간 내 암호화 돼 사라져 버린다. 또 매복하고 있는 적들을 교란시키기 위해 위키리크스의 시스템은 가짜(Dump)를 만들어 보내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위키리크스는 분석을 어렵게 한다. 또한, 강력한 법 규정으로 언론자유를 보장해주는 국가 50개에 서버를 서로 연결시켜놓기도 했다. 메인 서버는 2008년부터 정보원 보호를 헌법이 보장하는 스웨덴이 있다. 정보제공자들에게 정보를 받으면 원본자료를 변경시키지 않고 인터넷에 올리는 방법을 고수한다.

 

사실 여부는 어떻게 밝혀내는가?

원본자료를 변경시키지 않고 인터넷에 올리게 된다 해도 정보를 넘쳐나는 인터넷상에서 정보의 사실여부를 따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위키리크스는 어떻게 사실여부를 가릴 수 있을까? 위키리크스는 전통적인 저널리즘 수법을 통해 사건을 추적하는 고전적 편집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그들의 자료와 관련한 복잡한 역사를 이해하고 지역을 넘어 그들이 미치는 영향력을 연구하고 프로세서 정보확인, 문서의 기술적 측면 등을 고려해 분석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이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위키리크스의 정보는 항상 옳은가?

▲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스티브 잡스의 HIV 검사 결과

2009년 위키리크스가 당시 스티브 잡스가 HIV 검사에 양성을 받았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는 ‘스티브 폴 잡스’라는 사람에게 실시한 세 번의 검사 결과였고, 두 번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HIV-1’ 검사는 양성을 기록하게 된다.

 

사진의 개인 신상 정보에서 ‘생년월일’ 칸에 그냥 ‘출생’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통상적이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조작의 증거는 아니다.”라며 위키리크스는 명시된 사회보장번호가 잡스의 번호가 확실한지는 말할 수 없었다. 또 사진에 대해서는 “모순적인 데이터와 조작 가능성, 그리고 조작에 대한 강력한 동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어떤 사람은 “평소에 당신들의 작업을 늘 존경해왔는데 졸지에 위키리크스가 한낱 연예잡지가 되어버렸다고”고 꼬집으며 비판하기도 했다.

 

 

비판자들은 위키리크스의 정보 공개가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반대로 중간 계층의 일부가 권력에 협력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본래 상호 견제 역할을 해야 하는 두 엘리트 집단이 서로 손을 맞잡는다는 인상이 강해질수록 그런 체제의 적법성과 영향력에 대한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즉 그들의 담합은 견제와 균형의 체제에 대한 신뢰를 파괴한다. 일부 매체들이 그들의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의사가 없어 보이는 탓인데 언론이 이처럼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은 비밀문서의 공개보다 훨씬 더 민주주의에 위험하다. 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박규호(역). 21세기북스, 2011 P.349

 

줄리언 어산지는 편안한 삶을 살아 갈수도 있었다. 비슷한 나이의 많은 사람들이 그보다 능력이 훨씬 떨어지는데도 상업적인 인터넷 창업회사를 세워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풀장 딸린 집과 자동차를 볼 때 그도 가끔씩은 이런 문제를 생각할지 궁금하다. 왜 그는 지금과 같은 삶을 결정했을까? 우리는 누구나 단 한 번밖에 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시간을 무언가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일에 써야 해요. 위키리크스는 제게 바로 그런 일입니다” 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박규호(역). 21세기북스, 2011 p.368

 

마지막 이 문장을 마지막으로 그간 가졌던 나의 의구심은 완전히 해소된 듯하다. 줄리언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싸움의 목적은 정의에 있다는 것과, 그간의 줄리언의 고독한 싸움으로부터 이와 같은 인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 줄기의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

 

과연 우리는 24시간 중 과연 몇 시간을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일로 쓰며 살고 있을까. 나를 포함한 모든 대학생들이 토익과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을 시간에 누군가는 목숨 걸고 알 권리를 위해 밤낮없이 싸우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쓸모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명쾌한 답을 주진 않지만, 젊은이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외롭게 싸우고 있을 줄리언 어산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쓸모 있는 인간’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박규호(역). 21세기북스, 2011

 

줄리언 어산지. 『나는 줄리언 어산지다』. 박영록 옮김. 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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