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성인 남성들이 회의하던 아고라에서부터 현재의 위치까지, ‘공론장’이라는 개념은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진화됐다. 공론장은 사람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다.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이 특정한 집단에 의해 압력을 받지 않고 자유로이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모여 여론으로 향하는 장을 뜻한다. 미디어 발달이 급속도로 이루어진 요즘 우리는 현재 언제 어디서든 공론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공론장에는 대표적인 특징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공론장이 주류 언론에 의해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집단적인 작업을 통해 규칙적이고 지속해서 운영된다는 점에서 아직 언론을 대체할 공론장은 없다. 또 두 번째 중요한 특징은 공론장이 정치적 소통에 실패할 때 공동체는 위기에 처한다는 점이다. 공론장이 더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공중은 항상 대안적인 채널을 찾았고, 이는 폭동이나 혁명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렇다 할 폭동이나 혁명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한국의 공론장이 투명하고 공정한 의견의 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서울 명동에서 대통령 퇴진 시위가 40차가 넘도록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중파 뉴스와 포털 기사에서는 관련 기사를 접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공론장을 구축하고 있는 언론이 투명한 정치적 소통을 하고 있지 않다는 여지를 공중들에게 남길 가능성이 있다. 

 

뉴시스

공론장이 제대로 된 기능발휘를 못 하고 있다는 의심에서부터 공중들이 또 다른 대안을 찾아냈다. 2013년 12월에 고려대에서 일어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붙이기 운동과 최근 서울 명동에서 일어났던 전단 뿌리기 등과 같은 행위이다. 문제의 공론화에서부터 폭동, 혁명과 같은 집단적 움직임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진 요즘, 공중들은 또 다른 대안적 채널을 찾은 것이다. 이는 직접 ‘행동’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오프라인으로 환기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언론을 대체할 공론장의 주체가 딱히 없는 게 현재 실정이다. 주류 언론이 계속 공론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느 곳으로부터 압력받지 않고 공정하고 깨끗한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공중들이 대안을 찾아 나서지 않고 안주할 수 있는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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