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840. A840 항공기를 이용하시는 10시 30분 출발 하와이 비행기를 탑승하실 고객분들께서는 출국심사를 마쳐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 말씀드립니다...’‘엄마, 우리는 어디 가는 거야? 미국? 북극?’‘야, 뛰어! 우리 마감 10분 남았어!’ 와.. 진짜 시끄럽다. 사람들 진짜 많다.. 게다가 정말 커..진짜, 공항이구나. 여기가 공항이야! 공항이다! 그것도 세계를 잇는 동북아시아의 허브, 인천국제공항!드디어.. 떠난다! 해외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항이 텅 비었다는 뉴스들로 가득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나 사람이 많
"나 지구인 좋아해." 헉. 말해 버렸다. "뭐, 뭐라고? 다시 말해 봐." "나 지구인 좋아한다고. 꽤 됐어. 팔 년 정도?" 여유롭게 콩물이나 마시고 있던 녀석은 눈을 네모나게 뜨고 날 뚫어져라 쳐다봤다. 왜, 뭐 어쩔 건데. 사랑과 재채기는 못 숨기는 거라고 지구에선 그런다더라. 어쩌다 보니 난 팔 년이나 숨겼지만··· 그렇게 됐다. "아니, 잠시만. 내가 지금 이해가 안 돼서 그래. 그러니까, 이름이 지구인인 이웃 행성 외계인을 만난 게 아니라, 팔만 광년 떨어진 저- 생명력 가득한 지구에 사는 인간을 좋아한단 말이지, 지금
아아- 갑자기 비가 오네요.벌써 열두 시가 지난 새벽, 다들 뭐 하고 계시나요?잠에서 깬 분도 계실 테고, 이제 막 자려는 분, 아직 하루를 열심히 보내는 분들도 계시겠죠.오늘도 어김없이 고요한 새벽에 스르륵 나타났습니다. 다들 반가워요. 벌써 10월, 가을이 왔습니다.하지만 날씨를 보면 여름인 것 같아요.요즈음 여러분은 어떤 옷을 입으시나요?저는 반팔을 입고 여분 겉옷을 항상 챙겨서 다닙니다. 더운 낮이라도 해가 지면 쌀쌀하더라고요. 가끔 짐일 때도 있지만, 감기 안 걸리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특히 요즈음 같은 시국에는 더더욱
탁.. 타닥.. 탁거슬리는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떴다.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그곳은 깜깜한 터널 속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하염없이 앞으로 걸었다. 마침내 저 끝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출구였다. 깜깜한 터널 속을 빠져나온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답고 광활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긴 어딜까, 나는 여기 어떻게 온 것인가갑자기 눈을 뜨니 깜깜한 터널 속이었고, 걷다 보니 여기였다.그렇다면 이건 꿈인 건가? 하지만 나는 자꾸만 헷갈
코로나라는 생소했던 바이러스의 이름은 이제 익숙해져 버리고서로의 마스크 쓴 얼굴이 익숙해져 버린 지금우리는 길어도 20년에는 마무리될 줄 알았던 이 바이러스와 함께21년의 10월도 함께 맞이했다. 전 세계적으로 퍼진 이 바이러스는우리에게 많은 것을 앗아갔는데마스크 없이 편하게 쉬는 숨은 물론이고4인 이상 모임, 그리고 외출조차 꺼려지게 했다. 특히 내가 성인이 되고 이루고자 했던 해외여행의 꿈을텅 빈 공항을 보여주며 좌절시켰다. 그런데도 아무 불평할 수 없는 건아직 고생해주시는 많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이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
「안녕, 잘지내요?날이 추워졌던데… 옷 잘 챙겨 입고 다녀요.음, 편지 같은 거 잘 안써봐서 뭘 적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가장 기본으로 시작할까 봐요. 요즘 뭐하고 지내요? 저는 뭐, 늘 그렇듯 달라진 것 없어요. 마친가지이려나?이 편지를 읽으면서 '안 궁금한데.'하며 인상을 쓰고 있을 모습이 상상되네요. 아, 받으면 기겁할 모습도.답장은 받을 생각 없어요. 받을 생각이 없다기 보다는 못 받는 건가? 우리 그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까.사실 연락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너무 과한 바람일까요?당신 주변
너와 처음 만난 그곳에서평생 함께 할 것을 약속하고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우리너를 닮아 웃는 모습이 예쁘고우리를 닮아 사고 치는 모습도 사랑스러울너와 나, 우리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며우리가 함께 있을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던 날들항상 함께이고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행복한 우리 사이를 누가 질투라도 하는 걸까너에게서 자꾸만 나를 떼어내려고만 한다.나에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날너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말도 안 되는 번명을 하며너의 가슴에 못을 박고 상처를 주고 말았다.나의 아픔을 네가 제일 먼저 알게 되었고너는 나를 보자
선천적으로 심장이 아픈 데이빗이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를 생각하며 잠을 뒤척인다. 데이빗은 자신이 죽게 될까 봐 무서워한다. 할머니는 걱정하지 말라며 데이빗을 죽게 안 둘거라고 한다. 할머니 품에서 잠든 데이빗. 오늘도 잠을 자다 이불에 실례를 했다고 생각한 데이빗은 바지를 살펴보지만 아무것도 묻어있지 않은 바지를 보고 의아해한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알아챈 데이빗은 누나를 부르고 할머니가 어딘가 다른 모습을 눈치챈 누나는 엄마를 부른다. 병원으로 간 엄마와 할머니. 할머니는 뇌졸중을 앓고 계셨다. 데이빗의 검사를 위해 집을 나선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그리 깊지 않은 산속, 깊진 않지만 맑은 물과 서늘한 바람, 따듯한 햇빛이 내리쬐는 물가에 미나리 씨앗을 심으며 할머니는 말했다. 우리 가족은 얼마 전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주변 이웃들과 멀리 떨어진 어느 한 들판에 있는 캠핑카가 우리 집이다.이웃이 없다 보니,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물어보기가 쉽지 않다. 엄마는 친구들 만들기 위해, 교회로 향했다.교회에서는 처음 온 우리 가족을 반겨주었다.근데, 우리 가족은 그 반겨줌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우린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되었다. 아빠는 농사를 짓는다.미
“바퀴 달린 집이라서? 재밌다 얘.” 순자의 대사이다. 모니카는 멀쩡하지 않은 집에서의 생활을 엄마에게 보여준 후 이내 눈물을 훔치며 미안하다고 한다. 하지만 위에 대사로 알 수 있듯이 순자는 겉모습이라곤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렇듯 순자는 보편적인 노인들과 조금 다르다. 가난한 형편에 너네는 왜 이런 선택을 했냐며 탓할 법도 한데 오히려 재치로 받아치는 모습이 유쾌하기까지 하다. 손자와 가지고 놀고 싶다며 화투를 꺼낸 것 또한 범상치 않다. 이 할머니, 어딘가 색다른 냄새를 풍기는 듯하다. 하지만 데이빗이 보기에 이 할머니는
무리해서라도 성공한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제이콥'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모니카' 제이콥과 모니카는 서로 다른 듯 닮았다. 가족을 사랑하고 생각하는 건 같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내는 모습은 다르다. 때로는 공통점이 차이점을 이기지만, 보통은 차이점이 공통점을 이긴다. 이 둘도 마찬가지였다.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질 않자 헤어짐을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창고에는 불이 나고 있었고 제이콥과 모니카는 물건들을 치우다가 서로에게 기대어 운다. 이후 서로 어떠
심장이 아픈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니카, 자기 몸집보다 큰 거대한 십자가를 옮기는 폴을 보며 어느 정도 종교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미나리에서 종교가 의미하는 바는 묘하면서도 뚜렷하고, 은은하면서도 강렬했다. 물론 영화를 보며 느낀 것은 아니다. 원체 신앙심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나이기에, 영화가 끝난 후 다양한 사람의 후기와 해석을 찾아보며 깨달은 부분들이 더 많았다. 제이콥이 자신의 농장을 ‘에덴의 동산’으로 칭하는 것과 깊은 숲속에서 등장하는 뱀처럼 종교적 상징물들이 은연중에 등장한다. 이러
그런 말이 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바다가 있다는 말,다들 그래서 일렁이고 글썽인다는 말, 5월은 내 바다를 볼 수 있었던 달이었다. 일렁이고 글썽이는 나를 잡아준 것들이 눈에 너무 잘 보였던 달, 온갖 공휴일과 날들이 오랜만에 안부 연락을 보낼 수 있다는 좋은 핑계가 되어 서로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내가 그립다는 말 한마디에 서울에서 내려와 나와 같이 밥을 먹어주는 하루를 선물해 주고내가 생각이 나서 보낸다는 꽃 사진 한 장에 꽃을 보며 나를 생각하는 이가 존재한다는 것에 다정함을 느꼈다. 5월은 받은 사랑이 벅차서 내가 더 벅차
다들 잘 지내? 어디 아픈 덴 없고?날씨가 꽤 추워졌어. 슬슬 코트를 꺼낼 때가 된 것 같아. 어제 상점가를 지나가는데 Hey Jude가 흘러나오더라고.우리 첫 공연의 첫 곡이었잖아. 합주하면서 많이 싸웠는데··· 기억나?다들 첫 소절 서로 부르겠다고 난리였잖아, 바라보는 입장에선 꽤 흥미로웠는데.근데 그거 알아? 나도 첫 소절 너무 욕심났었어. 첫 공연 날 기억나?공연 홍보하겠다고 클럽 앞에 지나가는 사람들 붙잡고 막대사탕 나눠줬잖아.사탕 하나하나에 쪽지 일일이 다 써서 붙이고. 어우, 다시 하라고 하면 난 못해.심지어 무시하고
작렬하는 여름의 태양. 반짝이는 모래 알갱이. 경이로운 사막.“우유니 사막에 가보고 싶어. 어느 때든 상관없이.”네가 언젠가 스쳐 지나간 듯이 한 말이었다. 가장 처음 이야기를 꺼낸 그때 나는 아마 너에게 ‘유명한 여행지이니 한번은 갈 수 있겠지’ 정도로 대답 하고 넘겼을 터였다.그 뒤로도 잊을 만하면 기억들을 상기시키듯, 지치지도 않았던 너는 불쑥 우유니 사막에 대해 말했다. 너무 많이 들어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지만. 상기된 표정을 하고 두근거린다는 눈빛으로 날 보며 말하는 네가 너무, 너무…….너는 마지막인 졸업식에서 마저 그
내가 태어난 세상은 흙먼지가 나뒹굴었어. 온 세상엔 흑막이 뒤덮인 듯 캄캄했지. 그런 곳에서 나는 태어난 거야.네가 태어난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난 그저 비참하고 비참했고 내 편하나 없는 곳, 사랑이란 감정은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태어나버렸는데 말이야. 요즘 그런 소문이 들리더라?주유소. 주유소에서 일하시는 제이 아주머니. 요즘 통 장사가 안되는 모양이시더라고.근데 요즘에 그 아주머니께서 좀 이상해지셨데. 아이들용 커다란 수영장 풀에 팔리지 않는 기름들을 한 통... 두 통….. 넣고 있다는거야.소름 돋지 않니?그런
여러분은 “광야”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광활함? 횡횡함? 저는 광야 생각하면 외로움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텅 비어 있는 공간에 있다면 외로울 것 같았거든요.그런데 요즘엔 이 “광야”가 노래나 아이돌의 세계관에 사용되면서, 단어의 느낌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최근에 발매된 ‘에스파’라는 그룹의 ‘Next Level (넥스트 레벨)’이라는 노래에도 광야가 자신의 본거지(home ground)이며, 이곳으로 걸어간다는 내용의 가사가 나오는데요. 광야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자신의 집이 있을 리도 없는데 이곳이 본거지(h
5월은 황량하다.기분 좋아 보이는 하늘과 대비되게 자리 잡은이 황량한 사막처럼 가정과 풍요의 달 5월도 사실 그 속은 황량하다. 시험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불어온 여러 가지 시련들은마음을 들쑥날쑥하고 힘들게 했고 가슴 아프게도즐거워 보이는 공휴일에는과제 하느라 가만히 앉아있어야만 했다. 5월에 있었던 휴일들은 어쩌면5월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내려준 선물이 아녔을까? 하고느낄 정도로 말이다. 외출도 꺼려지는 요즘 시기혼자만의 외로움과 그리움도 더 커진다.풍요의 달이 왜 이렇게 쓸쓸해진 걸까? 열심히 달려 2021년의 시간을 쌓아내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나.벌써 2021년은 반이나 지나갔고 코로나19는 1년이 넘게 우리의 자유를 빼앗아갔다. 기쁜 마음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1년 동안 흔히 말하는 대학 생활은 할 수 없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2학년이 되어있었다. 친구들과 신나게 예약해둔 여행 일정들은 다 취소가 되었고 밖에서 만나는 것조차 눈치를 보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어디 아프거나 맨 얼굴로 나가기 창피하다는 이유에 썼던 답답한 마스크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옷을 쇼핑하는 대신에 답답하지 않고 부드러운 마스크를 쇼핑하게 되었
처음으로 만났던 곳은 바다였다.초여름의 분위기를 머금어 푸르게 빛나던 바다 아에서 우리는 만났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너는 파도의 끝자락같이 새하얀 옷을, 나는 바다의 깊은 곳처럼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자신과 정반대의 사람은 본인을 끌리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하든가. 그때 나는 너에게 끌렸다. 평소와 달리 너스레 떨며 먼저 말을 걸었고 어쩌다가 서로의 연락처도 알게 되었다. 헤어지기 직전 훗날 다시 한번 만나자며 약속을 잡았지만, 빈말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너와 그렇게 끝이 난 줄 알았다. 하지만 너는 진심이었나 보다. 한